근대기 대중계몽을 위한 우화소설

김지호

근대 시기 작가들은 의인화의 수법으로 풍자적인 우화소설을 많이 창작하여 민중들 속에 일제의 악랄하고 교활한 침략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반침략 애국투쟁으로 이끌었다.

안국선(1854~1928)의 ‘금수회의록’(1908)과 관물생의 ‘여우와 고양이의 문답’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금수회의록’은 의인화된 각종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열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당대 사회의 부패상과 인간생활의 부정적 측면을 비판하고 있다.

소설은 서언(머리말), 개회취지, 토론 8석, 폐회 등 11개 부분으로 되어 있다. 서언에서 “···슬프다.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거꾸로 되고 충신과 역적이 바뀌었도다. 세상을 장차 어찌하면 좋을고···”라고 어지러워진 세상을 개탄하면서 심각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제기한다. 개회취지에서는 회장이 “···사람된 자의 책임을 의논하여 분명히 할 일··· 지금 세상 사람 중에 인류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조사할 일”의 문제를 토론해보자는 것을 선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작품의 기본내용을 이루는 제1석부터 제8석까지의 토론에서는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새 등 8마리의 동물들의 토론내용을 담고 있으며 폐회에서는 금수들의 회의가 끝난 뒤 거기에 참가했던 화자가 회의에서 이러저러한 부정면을 규탄하면서 사람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수회의록’에서는 무엇보다 당시 일제의 악랄한 침략적 본성과 교활한 침략수법을 신랄하게 폭로하였다.

작가는 여우 열설에서 호세(범의 기세)를 빌리다라는 제목을 달고 다음과 같이 썼다.

“···포성의 힘을 빌어 남의 나라를 위협하여 속국으로 삼고 보호국으로 삼는 일은 불량도가 칼이나 단총으로 남의 집에 들어가 재물을 탈취하고 부녀를 강간함과 다름이 없다. ···우리들 여우가 범의 위엄을 빌어 자기를 죽음으로부터 구하고저 하는 것에 비하면 어느 것이 정이며 어느 것이 부정인가.”

이것은 1870년대 이후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무력적 위협으로 조선에 대한 침략을 감행한 그 본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것이었다.

‘금수회의록’은 일제의 침략책동을 규탄하는 한편 자기 한 몸의 부귀와 영화를 위해 외세에 비굴하게 아부굴종하면서 자기 나라를 배신하고 민중들을 못살게 구는 국내의 통치배들, 친일파들의 죄상을 야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혹자는 자기 나라 형세도 알지 못하고 남의 나라 정형을 안다고 부르짖어 외국인과 어울려 한동이 되며 인군(어진 임금)을 속이고 나라를 해치고 민중을 위협하며 재물을 약탈하고 관직을 도둑하며 스스로 개화라 칭하고 양복을 입고 단장을 짚고 권연초를 물고 시계를 차고 안경을 쓰고 인력거나 자전거를 타고 외국인이나 된 것처럼 자기 동포를 압제하면서 외인과 교제함을 영광으로 알고 이에 아부하며 보잘 것 없는 월급, 관직을 얻으려고 타국의 탐정이 되어 무고양민을 음모한다.”

‘금수회의록’은 이렇듯 일제침략자들과 친일매국노들의 죄행을 폭로하는 한편 그 자들을 반대하여 싸워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호소하였다.

“남의 압제를 받아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깨닫고 분한 마음 안가지고 남에게 그렇게 욕을 보아도 노할 줄 모르고 종노릇하기만 좋게 여기고 관리의 무례한 압박을 당하여도 자유를 찾을 생각이 도무지 없으니 이것이 창자있는 사람이라 하겠소.”

이와 같이 ‘금수회의록’은 동물들의 입을 빌려 일제의 악랄한 침략적 본성과 봉건통치배들, 친일파들의 반민족적, 반민중적 행위를 폭로함으로써 우리 민중들의 민족적 각성을 촉구하고 그들을 구국운동으로 추동하는 데 커다란 계몽적 역할을 하였다.

‘금수회의록’과 마찬가지로 ‘여우와 고양이의 문답’도 여우와 고양이 사이에 오고가는 이야기를 통하여 일제 침략자들이 본성과 친일매국노들의 죄행을 규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앞부분에서 깊은 산 속에 살고있던 여우가 근방에서 새끼들을 거느리고 살고있던 고양이를 찾아가 “너의 지혜와 재능 ··· 지위와 세력이 우리 족속보다 못하니 너의 무리의 족속을 장차 나에게 바치면 내가 반드시 비호하고 극력 가르쳐 우리 족속과 함께 복락을 누리게 할테니 너는 나를 의심치 말고 특별히 신뢰하며 나에게 대항치 말고 환영하라.”라고 지껄이며 위협하고 회유, 기만하는 것을 통해 당시 조선을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온갖 기만과 회유술책을 쓰던 일제의 침략성과 교활성을 낱낱이 밝혔다. 그리고 뒷 부분에서는 여우가 자기 말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고양이에게 시세를 따라 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설교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멸하게 된다고 위협하자 고양이가 세계에는 애국자도 있고 동족을 잔혹하게 학대하는 자도 있기는 한데 이런 자는 가히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고 짐승의 무리도 얼굴을 붉히고 통절히 꾸짖는 더러운 존재라고 하는 것을 통해 일진회 회원들을 비롯한 친일파들이 매국적 죄행을 규탄하였다.

고양이의 완강한 태도와 정연한 논박 앞에 여우가 굴복하고 결국 고양이가 승리하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이 작품은 여우가 자기의 침략적 야심을 포기하고 고양이와 화해하는 것으로 마무리함으로써 비판적 기백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봉건적 충군사상을 고취한 한계도 있다. 그러나 이 우화는 여우와 고양이의 논쟁과 대화를 통하여 일제의 침략책동과 친일매국노의 매국행위를 규탄하는 작품으로서 당시 민중을 반침략 애국사상을 교양하는데 이바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