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 여행을 떠나며

[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1) 단군릉 발굴과 한반도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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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해방직후의 단군릉(왼쪽 상단)과 1993년 발굴 직전 단군릉 전경(오른쪽 상단), 단군릉 개발 후 전경(하단) [사진출처 : 민족21]

 

 

지난 1993년 10월2일 평양에서는 ‘단군릉 발굴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북한의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단군릉에서 단군의 뼈가 발굴되었으며, 연대 측정결과 5011±267(년)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 발굴보고서가 발표되자, 남한 역사학계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지만, 겉으로는 북한 역사학계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20여년이 세월이 흘렀고 우리들의 뇌리 속에서도 잊혀져갔다. 단군릉 발굴이 우리에게 던져준 메시지도 놓쳐버렸다.

 



고조선의 건국연대, 기원전 30세기 초



단군릉에서 발굴된 남자 뼈 유골의 연대측정결과 5011±267이 나왔다는 것은 단군이 실재한 인물이며, 단군조선이 기원전 30세기 초에 건국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단군릉 발굴 이전에는 남이나 북이나 가릴 것 없이, 단군은 신화적 인물로 치부됐었다. 그리고 단군이 나라를 세웠다는 기원전 2333년은 당연히 신화적 상상의 산물에 불과하며, 기껏해야 기원전 10세기를 전후에서 고조선이 건국되었다고 봤다. 그것도 최대한 늘려 잡은 수치이지, 이남 학계에서는 기원전 7~5세기경에야 비로소 고조선이라는 고대국가가 성립되었다고 봤다. 그런데 기원전 2333년도 아니고, 그보다 600년이나 더 앞선 기원전 30세기 초에 고조선이 건국되었다니 어찌 가당키나 한 얘기란 말인가! 남북을 가릴 것 없이 기존 역사학계의 모든 상식과 체계를 완전히 부셔버리는 ‘수소폭탄’이었다. 



고조선의 건국연대가 기원전 30세기 초라는 것이 얼마나 충격적인 뉴스인지는 중국 역사학계에서 중국 최초의 고대국가로 인정되는 하나라의 건국 연대가 기원전 2070년이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최초 국가 건국 연대보다 무려 1000년 가까이 앞서 고조선이 건국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 신석기 시대의 원시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한반도에서는 원시시대가 끝나고 역사시대 문명시대가 열리고, 동아시아 최초의 고대국가가 건국되었다는 것이다. 중국문명이 한반도 문명보다 앞선 문명이라는 통념에 젖어 있었던 우리들로서는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는다. 우리들 모두는 알게 모르게 ‘동아시아 역사와 문명의 원류는 중국’이라고 생각해왔다. 황하문명이 동아시아 문명의 원류이며, 중국의 역사로부터 동아시아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믿어 왔다. 그런 우리들의 역사상식으로 볼 때 고조선이 중국의 첫 고대국가보다 거의 1000년 정도 앞서 건국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단군릉에서 단군(남자뼈)의 유골이 발굴되었고, 최신 연대측정방식인 전자상자성공명법(EPR)에 의한 과학적인 연대측정결과 5011±267이 나온 것은 움직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팩트)이다. 이에 따르면 단군조선의 건국연대가 기원전 30세기 초인 것은 부정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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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릉 전경 [사진출처 : 민족21]



 

단군릉 발굴의 함의



고조선의 건국연대가 그처럼 중요한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한반도 문명은 중국문명의 영향 하에서 탄생했다는 통념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조선의 건국연대가 단군릉 발굴로 밝혀짐으로써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한반도 문명의 탄생 과정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마련되었다. 한반도 문명의 탄생에 관한 문제는 우리나라 민족사의 뿌리를 해명하는 문제이자, 역사관 세계관을 올바로 세우는 출발점에 관한 문제이다. 이것은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주며,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한반도 문명의 탄생을 과학적으로 밝히려면 먼저 문명창조의 주체를 밝혀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최초의 문명을 창조한 주인공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고향은 어디이며, 현재 한반도인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이것은 한국인의 기원문제인데, 의외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외부유입설과 혼혈민족설에 경도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단계 주민이동설이다. 즉 한반도 신석기 문화의 창조자들은 시베리아에서 온 고아시아족이며, 한반도 청동기 문화의 창조자들은 스키타이계통의 유목민들이 청동기 문화를 갖고 한반도에 내려와 고아시아족을 몰아내고 한반도를 지배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유입설과 혼혈민족설이 타당한지를 과학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신석기 문화의 성격을 밝혀야 한다. 신석기 시대에 들어와 농경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대체로 인정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농경중심의 사회로 전환되었다고 보지 않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우리 민족은 농경민족이 아니라 유목민족이라는 주장이 널리 확산되어 있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농업이야말로 고대문명 창조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농경민족만이 자주적으로 고대문명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경사회로 전환되지 않고서는 고대문명을 창조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적인 결론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신석기 문화의 성격이 농경문화인지 아니면 수렵채취문화인지를 밝혀야 한다. 



또한 한반도 청동기 문화의 성격과 출발시점을 밝혀야 한다. 신석기 문화는 고대 문명 창조의 어머니이며, 청동기 문화는 아버지이다. 청동기 문화야말로 고대국가 성립의 기본 전제조건으로 된다. 청동기 문화가 창조 확산되면서 원시사회는 비로소 혈연공동체 사회로부터 계급계층을 기반으로 한 지역공동체로 전환되고 고대문명에 기초한 고대국가가 탄생한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 언제부터 청동기 시대가 출발했으며, 청동기 문화의 창조자는 누구이며, 그 성격은 어떠한가를 밝혀야 한다. 기존에 알려져 있었던 것처럼 한반도 청동기 시대가 기원전 20세기~15세기경에 시작되었다면, 단군조선의 건국연대가 기원전 30세기 초일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청동기 시대의 출발연대를 새롭게 밝혀야 한다. 





새로운 역사여행을 떠나자



단군릉 발굴로 한반도 문명 탄생의 비밀을 풀 열쇠 하나가 주어졌다. 이 열쇠를 고리로 삼아 한반도 문명 탄생과정을 하나씩 밝히는 새로운 역사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이 여행 과정에서 새로운 역사 상식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것들은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데 그치지 않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역사관 세계관으로 우리들을 이끌어줄 것이다.



이 여행의 출발지점은 한반도 구석기 시대이다. 이 땅에서 언제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으며, 오늘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이것이 구석기 시대 여행의 핵심 화두이다.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는 한반도 구석기 시대의 역사적 현재적 의미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한반도 구석기 시대에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현대 한국인들의 직계 조상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들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삶이고 이야기라는 식이다. 이러한 단절론을 극복하고 한반도 구석기 시대의 역사적 현재적 의미를 밝혀야 한다.



구석기 시대를 거쳐 한반도 신석기 문명을 더듬어 볼 것이다. 한반도 신석기인들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떤 문명을 창조했는가를 밝혀야 한다. 특히 한반도 신석기 농업혁명 과정을 알아야 한다. 신석기 농업혁명은 고대문명 탄생의 어머니로서, 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고대 문명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신석기 농업혁명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고대문명을 창조하고 국가시대로 발전해 나갈 수 없었다. 이렇듯 한반도 신석기 문화의 성격을 해명하는 것은 고대 문명 탄생의 전제조건이 자체적으로 형성되었는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된다. 



한반도 신석기 시대를 거쳐 한반도 청동기 문화의 탄생과정과 고대국가 성립과정을 더듬어 나갈 것이다. 한반도 청동기 시대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밝혀 나갈 것이다. 이어서 한반도에서 고대국가의 형성과정을 밝혀 나갈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문명의 성격과 역사적 의미를 밝혀 볼 예정이다. 이 새로운 역사여행은 우리들 안에 존재하고 있었던 낡은 사상의 잔재들을 말끔히 씻어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한반도에 대한 사랑과 애착, 민족적 자긍심과 자부심, 민족 자주의식을 드높이는 계기로 될 것이다. 

 

박경순 우리역사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