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 = 국내 식민사학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

이덕일 교수 최신작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2015 만권당)

 

“(한국 주류)역사학계가 중국 지도를 표절했다! ‘동북공정’ 지도를 통째로 베낀 <동북아역사지도>에 묻는다!”

 

2015년 4월 17일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국회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동북아특위, 위원장 대리 김세연 의원)에서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 관련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 사업은 국민 세금 47억원을 받은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 ~2008년/ 정재정 2012년/ 김학준~현재)의 주관 아래 동북아역사지도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2008년부터 진행된 국책사업이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006년 9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다른 동북아시아 지역 나라들 사이의 역사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상설기구 설립에 대한 법률에 의거 기존의 '고구려연구재단'과 통합되어 만들어진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47억여 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60여 명의 학자들이 8년 여에 걸쳐 작업한 동북아역사지도 프로젝트 결과물 일부가 국민 앞에 공개되었다.

 

동북아특위 회의에 처음 공개된 동북아역사지도는 충격적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저자와 특위 위원들은 편찬위원회(참석자 서울교대 임기환)가 제출한 '동북아역사지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던 것이다.

 

지도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고대사와 독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고구려와 한나라 국경선이 세로로 무 자르듯 뚝 잘려 있다. 편찬의원회의 ‘실수(?)’로 독도가 증발했다. 또한 4세기를 나타낸 지도에 신라와 백제가 쏙 빠져 있다.

 

저자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지도들의 놀라운 비밀을 폭로한다.

 

이 책은 저자가 <동북아역사지도>가 왜 엉뚱하게 제작되었는지 지도의 제작 배경과 편찬위 참석자들의 전후 행적 등을 분석하였다. 국회 동북아특위 속기록도 담았다.

 

그는 제작 과정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대단히 치밀하게 의도적으로, 목적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지도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동북아역사지도가 “중국 동북공정을 추종하고, 일본 극우파의 침략사관을 그대로 따르는 지도”임을 현장감 있게 조목조목 설명한다. 지도 속에 배어 있는 식민사학의 관점들을 지적하며 고조선과 한사군, 위만조선, 임나일본부, 그리고 독도 문제까지 1차 사료를 근거로 총괄적으로 짚어감으로써 논란만 있고 논쟁이 없는 국내 사학계에 또다시 경종을 울린다.

 

그는 한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한반도 북부가 중국사의 강역이었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위나라 조조가 경기도 일대까지 점령했다고 그려놓았으며, 일제 식민사학이 발명한 ‘<삼국사기』>초기 기록 불신론’에 따라 4세기까지도 한반도 남부에는 백제도 신라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지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기에 식민사관에 젖어 있는 한국 주류 역사학계의 현주소를 고발한 것이다.

 

그런데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이런 지도를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13년까지 이 지도의 제작을 담당했던 사람은 ‘실제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입증하는 자료와 논리가 아주 허술하고, 간도 영유권 주장이 허술하다’고 주장하던 학자였다.

 

단군을 신화의 영역으로 보내버리는 등 고조선사 죽이기에 앞장서온 교수(), 독도와 간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논리와 자료가 허술하다고 주장하는 교수()들. 한민족사를 부정하는 논문과 주장을 펼치는 학자를감싸는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김학준).

 

이런 사람들이 동북아역사지도를 만든 실무자들이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격이다. 동북아역사지도가 그런 꼴로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일제시대 한민족사를 왜곳 조작했던 조선사편수회의 후예들이었다. 친일파 사학자와 일제 극우사학자의 제자들로 똘똘뭉친 '식민사학자'인 것이다.

 

저자는 식민사학자들이 ‘실수’ 따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명백하게 의도를 가지고 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늘 같이 떠받들어온 조선사편수회발 ‘한사군 한반도설’, ‘임나일본부설’, 그리고 ‘<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에 치밀하게 입각한 지도를 만든 것이다.

 

한민족사의 시간과 공간, 사람들을 축소, 폄훼하여 자신들의 식민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조선총독부사관에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도 식민사학자들은 추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고일본이 역사왜곡을 강행하는 데에는 믿을만한 한국내 동조자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한국일보 : [이덕일의 천고사설] 독도 도발, 일본이 믿는 구석 http://www.hankookilbo.com/v/597abde549c34412b9ebdf7c9e576ffa)

 

한국의 주류사학계에 도전장을 던진 이덕일의 정체성만큼 이 책 역시 역사학 분야의 인사가 아니라면  도발적이인 내용이다. 물론 한국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일본에 아베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일 역사전쟁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지만, 21세기까지 국내에 일종의 ‘적군’ 또는 ‘스파이’ 같은 자들이 암약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안타까운 점은 국내외에서 각종 사고를 치며 식민사학 연구기관으로 비난받는 고구려역사재단과 동북아역사재단이 참여정부 임기 중에 설립되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교육부와 국회, 그리고 교육관계 공무원들이 선발을 하고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어째서 저런 친일식민매국 사학자들이 사업을 장악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근현대사 왜곡에 앞장서는 뉴라이트도 참여정부 기간에 탄생하기 시작했다. 설마 당시 정부여당도 한통속이었나?

 

이처럼 식민사학의 뿌리는 강고해 보인다. 그런 식민사학과 뉴라이트가 친일과 독재 후예들이 장악한 이명박 정부 이래 교학사 교과서 파동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퇴행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의식이 남아 있는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묵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7~80년대로 퇴행하는 한국사회의 내면을 공부하고픈 욕심에 근현대 이전의 한국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역사를 일제시대와 독재시대로 퇴행시키려는 범죄적 행위는 청와대나 국회뿐 아니라 이미 역사학계에 암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듯하다.

 

이주한 교수의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2015 역사의아침)을 시작으로, 이덕일 교수의 <사도세자의 고백>(1999 푸른역사)과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2000 김영사)까지 읽었다. 덕분에 3년 전에 읽었던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1997 석필)도 다시 훑어보았고, 이 책 다음에 읽으려고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2009 역사의아침)과 <조선 왕을 말하다 1,2>(2010 역사의아침)도 준비해 놓았다. <우리 안의 식민사관>(2014 만권당)은 그 다음에..

 

[ 2015년 12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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