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동방미술의 걸작 사신도​
박경순

《고분의 벽화들은 우리나라 미술이 일찍부터 매우 높은 수준에서 발전하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구려 무덤 벽화는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회화 유산으로서 중세 동방미술의 정수로 인정받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남포시 강서구역 삼묘리에 있는 강서세무덤의 벽화는 중세동방미술사에서 대 걸작품의 하나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세 개의 무덤이 하나의 무덤떼를 이루고 한군데 모여 있다고 하여 강서세무덤이라고 부른다.

– 강서세무덤의 전경 –

세 무덤가운데 남쪽에 있는 제일 큰 것이 큰 무덤이고 그뒤로 중무덤과 작은 무덤이 서쪽과 동쪽으로 나란히 놓여있다. 벽화는 큰 무덤과 중무덤에 있다. 벽면과 천정 면의 돌 위에 직접 그려져 있는 벽화의 기본주제는 사신도이다. 벽화에 그려진 사신들은 환상적인 동물이기는 하지만 실지 동물들의 구체적인 속성들을 자세히 관찰한 데 기초하여 그것을 예술적으로 잘 형상하였기 때문에 매우 생동하고 힘이 있어 보인다.


– 큰 무덤의 청룡, 백호, 주작, 현무 –

큰 무덤의 청룡은 머리를 쳐들고 크게 벌린 아가리에 눈을 부릅뜨고 네 다리를 펼쳐 당장 달려나올 듯한 자세이다. 중무덤의 백호는 앞을 쏘아보는 부릅뜬 눈, 크게 벌린 아가리, 날카로운 이발, 탄력있게 생긴 날씬한 몸뚱이, 우로 꿈틀거리면서 들어 올린 긴 꼬리, 균형 잡힌 네다리 등 모든 세부가 세련된 솜씨로 형상되었다.

– 중무덤의 청룡, 백호, 주작, 현무 –

큰 무덤의 청룡이 격조 높은 약동감을 나타낸다면 중무덤의 백호는 놀랄만한 박력감을 느끼게 한다. 큰 무덤의 현무는 거북과 뱀이 서로 얽혀있는 모양을 형상한 것으로서 빈틈없이 짜여진인 구도와 힘 있는 선 그리고 선명한 색의 유기적인 결합, 미끄럽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 껍질의 질감으로 하여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여의주를 물고 날개를 활짝 펼치고 방금 날아오를듯한 중무덤의 주작은 아름답고 슬기로운 새를 형상하고 있다.

이 무덤들에는 사신도 외에도 천정에 넝쿨무늬 등 장식그림들과 날개옷을 입고 하늘을 나는 신선, 여러 가지 짐승들이 실감 있게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