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마음

– 남원시 대산면 대곡리 암각화, 남원시 대산면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행복을 위해 걷는다는 것은 지금의 내가 좀 더 인간다운 삶으로 자기를 개혁하는데 다가서는 행동일 것이다. 남원 대산면 일대는 바람과 물, 그리고 하늘이 맞닿은 곳에 자기를 위해 기도가 아닌 세상의 만복을 위해 기도하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선사 시대에 부터 일생을 사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태어남과 그리움, 죽음. 그리고 생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있는 것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선사 시대 우주관 – 대곡리 암각화

남원시 대산면 대곡리 하대마을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63호로 지정된 청동기 시대의 대곡리 암각화가 있다. 대곡리 암각화가 있는 곳은 봉황이 알을 품은 곳이라 하여 봉황대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대곡리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 자체가 평평해서 농경 생활을 기반으로 제천의식을 위한 제단이나 성소(聖所)의 성격을 가졌을 것이다.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 윗면이나 주변 바위에서는 성혈(性穴)이 많이 군집해 있습니다. 성혈은 돌의 표면에 파인 구멍을 말하는데요. 세계 각지에서 확인되는 선사 시대의 보편적인 바위 그림의 형태이다.

이곳 대곡리 암각화는 북두성혈이 발견되었고, 북두성혈은 칠성 문화와 함께 선사 시대부터 내려온 제천의식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 사는데 7개의 조건인 물, 불, 소금, 나무, 곡식, 남, 여의 기원과 사람이 죽으면 영혼의 종착지는 영원불멸의 상징 북극성에 보금자리를 틀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의 칠성 문화와 이어져 보인다.

암각화는 두 곳에서 발견되었는데, 하나는 암벽의 서쪽에서 길이 400㎝, 폭 140㎝의 벽면에 2문, 다른 하나는 길이 250㎝, 폭 190㎝의 벽면에 3문의 기하문이 모두 횡으로 배치되어 있다. 전자는 두 줄의 외곽선으로 검파형(劍把形)(방패형(防牌形)) 문양을 구획하고 중앙에는 횡으로 선을 돌려 상단과 하단으로 구분하고 그 안에 삼각형과 원형의 기하문이 대칭되게 새겨져 있다.

산길을 찾는 부처의 마음 –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남원시 대산면 신계리 산18번지에 높이 3.4m, 보물 제423호의 마애불이 있다. 마애불의 특징이 그러하듯 자연환경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안내판엔 고려 초 도선 스님이 하룻밤 만에 제작했다는 전설이 있다고 기록해 놓았다.

여느 마애불과는 달리 특이한 수인(手印)을 하고 있다. 배에 올린 두 손 중 왼손바닥은 위로 향하고 오른손은 등을 보이게 했는데 검지와 새끼손가락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으나 지나치게 길게 표현돼 있다. 또 하나는 줄에 꿴 구슬로 둥글게 감싸 몸 주변에 서린 빛을 표현한 것은 희귀한 것이라고 한다.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은 얼굴에 통일 신라의 조각 양식을 지니면서 몸의 표현은 고려적인 표현을 지니고 있으며 광배 역시 독특하여 고려 전기 불교 문화의 단면을 찾아볼 수 있는 귀중한 보물이다.

가까이에서 본 마애불상은 온화하고 친근감이 있다. 불상의 얼굴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세상을 바라보는 데 있어 슬픔이 잠겨 있다. 사람마다 불상을 보는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다. 부처를 바라보는 그 날의 마음에서 느끼는 감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은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 같다. 조금은 사는 데 있어 마음만이라도 넉넉해지기를 바라보는 것 같다.

뒷걸음….

여행은 만나다로 시작해서 이별로 끝난다. 마음을 찾기 위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놓는다는 것을 배우고 싶었는데. 역시나 인간의 한계인 모르지만, 무엇인가를 자꾸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버릇이 나왔다. 대산면 일대에서 만난 우리 역사물에서 배운 것은 희망을 찾기 위해 기원하고 몸부림치며, 하루를 넘어서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미래까지 고민하는 것이 사람이구나 하는 작음 마음을 얻은 것 같다.

대곡리 암각화,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무닌공 황진 정려각, 서도역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