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과 『결딴』

김강필

 

『결단』(決斷: 결단할 결, 끊을 단)을 소리 나는 대로 쓰면 <결딴>이라고 쓰게 된다. 그래서 <결딴>을 『결단』의 잘못된 표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말에는 『결단』과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진 『결딴』이라는 말이 있다.

『결단』은 한자어로 결정적인 판단이나 단호한 결심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사내대장부가 한번 결단하면 세상에 안될 일이 없다.”
(박태원의 장편소설 <갑오농민전쟁>중에서)

『결딴』은 순수한 우리 말로 어떤 대상이나 현상이 아주 망가져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태를 말한다. 주로 동사 <나다>, <내다>와 결합하여 자주 쓰인다.

“어제 밤에 멧돼지가 감자밭을 결딴냈다.”

우리 속담에 “집안이 결딴나면 생쥐가 춤을 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집안이나 집단이 망하게 되면 뒤에서 놀던 못된 것들이 살 때를 만났다고 활기를 띠고 돌아다닌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