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서울을 지키려 뉴욕을 희생할까?

김강필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지난 9월 16일 한미 당국은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한미 당국은 북의 핵 공격 위협에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 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 본토가 공격받았을 때와 동일한 전력 수준으로 보복 응징타격을 가한다는 개념인데, 그 수단으로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가 망라되어 있다. 이는 1991년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철수에 따라 1992년 미국이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고, 북이 첫 핵실험을 단행한 2006년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명시한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번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 미국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전개, 한미공조 강화, 양국 국력의 모든 요소의 사용 등을 천명 했지만 그 이전의 확장억제에 비해 무엇이 새로워졌는지 딱히 알기는 어렵다.

사실 한국에는 이미 주한미군이 오랫동안 주둔해 있고, 방대한 규모의 미 핵전략자산, 항공모함전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비롯 핵공격 수단들이 수시로 한반도를 드나들고 있다.

미 5항모전단의 기함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9월 23일 한국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때문에 지난 5월초 미국의 한 안보전문가도 윤석열 정부가 확장억제와 관련해 더 많은 확신을 원하는 것 같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확장억제에서 어떤 틈이 존재한다고 여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재확인 해주는 것외에 <미국이 무엇을 더 이상 할 수 있겠는가>고 저적한 바 있다.

그동안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거듭해오던 북은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세계에 보여주었고,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더는 무시할 수 없는 핵무기보유국이 되었다.

이제 미국은 본토에 대한 북의 핵공격 위협에 항상 불안과 공포를 느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상황은 과거 미국의 핵우산과 관련해서 프랑스의 드골이 미국 대통령에게 한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습니까?”라는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미국이 미 본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을 지켜줄 것인가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지난해 패색이 짙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황급히 철수시킨 사실 하나만으로도 확인이 된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의 핵공격으로부터 미 본토만의 안전을 취하고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중 가장 길며 다탄두 탑재 가능한 북의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를 심의 채택한 북 최고인민회의

더구나 북이 핵무력을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있고 얼마전에는 핵무력정책을 법령으로까지 채택해 핵보유국으로서의 국가적 지위를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이 본토의 안전을 뒤로하고 한미동맹과 동맹국의 안보공약에 국가의 운명을 내맡기겠는가하는 의구심만 더 커지는게 아닌가 한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서울을 지켜주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