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선민족은 예로부터 총명하고 문명하며 우수한 민족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바다를 개척한 우리 선조들은 바다로 끊임없이 달려드는 외적을 반대하여 용감히 싸웠으며 그 투쟁 속에서 조선 민족의 슬기와 재능을 보여주는 우수한 전법들을 많이 창조하였다. 고려 시기 왜적의 함대를 크게 격파한 진포해전은 그 대표적 실례의 하나이다.
14세기 후반기부터 날로 극심해지고 있던 왜적들의 침입은 우리 인민에게 커다란 불행과 재난을 가져다주었다. 격분한 인민들은 왜적들에게 반격을 가하여 일정한 전과를 거두었으나 그것만으로는 왜적의 침입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수시로 여기저기에 상륙하여 약탈을 일삼다가도 형세가 불리해지면 배를 타고 도망치는 왜적들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군함대를 편성해 적들이 육지에 상륙하기 전에 바다 위에서 섬멸해버려야 하였다.
바로 이러한 때에 최무선에 의해 화약이 발명되고, 화약 무기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강력한 수군함대를 건설할 수 있는 중요한 과학기술적 조건으로 되었다. 왜적의 침략과 그로 인한 피해를 직접 목격하면서 성장한 최무선은 나라와 겨레의 안전을 지킬 애국의 마음을 안고 피타는 노력을 기울여 마침내 화약 제조법을 새롭게 완성하였으며 얼마 후에는 화약 및 화약무기 제조사업을 맡아보기 위해 설치된 중앙관청인 화통도감을 관할하면서 인민들의 창조적 지혜와 애국심에 의거하여 대장군, 화포, 질려포 등 여러 가지 화약무기들을 만들어냈다.이 화약무기들은 14세기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함대 건설과 병행하여 함선들에 설치되었다. 포 무기를 장비한 함선의 출현은 세계 함선 건조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것으로 우리 해군은 왜적들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바다 위에서 왜적들을 격멸 소탕할 수 있게 되었다.
포 무기를 장비한 고려 수군 함대의 위력은 1380년 8월에 있은 진포해전에서 남김없이 과시되었다. 당시 금강하구인 진포(충청남도 서천군 남쪽에 있었던 해안포구)에 침입한 왜적들은 500여 척의 함선들을 포구에 정박시키고 일부 병력을 남겨둔 채 육지에 기어올라 여러 고을을 싸다니면서 약탈 만행을 일삼고 있었다.
이미 왜적들의 침입이 그칠 새가 없었지만, 이때처럼 500여 척의 왜적함선이 쳐들어온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 소식에 접한 고려 수군은 곧 최무선 등의 지휘 밑에 화포를 실은 100여 척의 함선을 타고 진포 앞바다로 출동하였다. 고려 수군이 왜적선을 향하여 돌진하자 뭍에 올랐던 왜적들은 고려 수군의 함선이 적은 것을 보고 서둘러 배에 올라 싸울 태세를 취하였다. 그리하여 100여 척의 고려함대와 500여 척의 왜적함대와의 싸움이 벌어졌다.
고려 함선들에 위력적인 화약 무기가 장치된 것을 알 리 없었던 왜적들은 여러 척씩 묶은 선단을 끌고 달려들었다. 고려 함선들은 달려드는 적선을 향하여 일제히 포문을 열고 화포와 화통을 쏘았다. 삽시에 적들의 배에는 불이 달리고 짙은 연기와 거센 불길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든든한 밧줄에 묶여진 적 함선들은 좁은 항구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 갈팡질팡하다가 침몰되고 말았으며 왜적들은 모조리 물에 빠지거나 불에 타죽었다. 500여척의 적함 선들은 크게 저항도 못해 보고 화약 무기를 이용한 고려 수군의 강력한 공격 앞에 모조리 격멸되었다.
진포해전은 새로운 화약 무기의 위력으로 왜적들을 통쾌하게 쳐부신 싸움이었을 뿐아니라 중세해전의 낡은 틀을 부수고 새 전법을 창조한 의의있는 해전이었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해전에서는 쌍방이 배전을 서로 맞대거나 바짝 접근하여 싸우는 전술이 지배하였다. 그러나 진포해전을 계기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화포를 발사하여 적선을 파괴하고 불사르는 새로운 전술로 전환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화포를 장비한 함선으로 싸움을 벌인 것은 베니스, 제노아, 스페인의 연합 함대가 터키함대를 격파한 1571년의 레반토해전이였다. 그런데 이보다 근 200년이나 앞서 고려함대는 진포해전에서 포 무기가 설치된 함선으로 역량상 훨씬 우세한 왜적함대를 격파함으로써 세상사람들을 크게 놀라게 하고 민족의 슬기와 재능을 남김없이 떨쳤다.
진포 해전 이후 우리 인민은 화약 무기를 이용한 새로운 전법으로 침입해오는 왜적들을 통쾌하게 짓부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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