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20일 4박 5일 동안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에서는 《전쟁과 평화 역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역문협 회원들은 전북, 전남, 제주 일대의 전적지를 돌아보며 우리 역사에서의 외세에 맞선 선조들의 투쟁과 평화의 의미에 대해서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날에는 갑오농민전쟁 현장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우금치-전주감영-금구/원평 전적지-백산성-황토현 전적지 등 갑오농민전쟁의 현장 곳곳을 답사하였습니다. 비가 와서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역문협 회원들은 참여하여 농민전쟁 당시 자주독립과 새 세상을 향한 농민들의 아우성에 대해 느껴보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둘째 날에는 삼별초 대몽항전과 임진왜란의 격전지였던 진도에서 일정을 가졌습니다. 먼저,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13척 이상의 왜군 함대에 맞서서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 명량해전의 현장 울돌목을 돌아보았습니다. 울돌목의 회오리바다를 보며,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전략전술과 애국심, 그리고 함께 싸운 선조들의 불굴의 투쟁 정신에 대해 고찰하였습니다.

 

 

진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전적지는 삼별초가 근거지로 삼았던 용장성입니다. 개성 만월대 고려황궁을 빼닮은 구조에 용장성에서 발굴된 각종 유물과 삼별초 정부가 일본 막부에 보낸 국서를 돌아보며, 대몽항쟁 당시 외세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고자 투쟁한 이들에 대하여 생각하였습니다.

 

권력을 지키고자 40여 년 이상의 전쟁을 마치고 몽골과 타협한 이들과 달리 자체적으로 승화후 왕온을 국왕으로 추대하며 민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자주적인 천자국으로서의 위상을 끝까지 지키고자 한 삼별초의 투쟁 정신, 그리고 이들의 싸움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몽골의 일본원정 실패에 결정적 영향을 준 점을 돌아보며, 오늘날 전쟁위기가 첨예화되는 와중에 민족자주와 동북아평화에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셋째 날부터는 제주도를 돌아보았습니다. 먼저, 삼별초 대몽항쟁 최후의 현장인 항파두리성을 돌아보았습니다. 진도에서 대오를 정비하고 제주도로 내려온 김통정 장군과 삼별초군은 이곳에 근거지를 삼아 궁궐(석성)/방어성(토성)을 세우고 제주도 해안가에는 이전 시기부터 현무암으로 쌓은 환해장성을 쌓으며 2~3중의 강력한 요새를 구축하였습니다. 이후 몽골군과 관군의 침략에 맞서서 결사항전을 벌이던 김통정과 삼별초군 70명은 한라산까지 들어가 싸우다가 전원이 자결하거나 전사하게 되며 삼별초 항쟁은 막을 내립니다.

 

항파두리성에 구축한 튼튼한 요새와 궁궐터에서 발굴된 수막새, 청자기, 무기 등의 유물을 보면서, 비록 진도에서 추대한 왕은 살해되었으나 제주도에서 끝까지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고자 싸웠던 삼별초와 제주도 민중들의 투쟁 정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역문협 회원들은 사흘 동안의 여정에서 4.3평화공원-알뜨르 비행장-섯알오름 학살터-너븐숭이 평화기념관-제주 구도심 등 제주 4.3 항쟁의 현장들을 돌아보았습니다. 해방 정국 당시 해방된 이 땅에 민중이 주인된 통일정부를 세우고자 하였던 우리 민족의 열망과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탄압에 맞서서 항쟁을 벌였던 제주도민의 불굴의 정신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한, 제주도를 둘러싼 역사 속의 전쟁과 오늘날 상황을 비교해 보며, 동북아에서의 제주도의 전략적 위치와 진정한 평화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청년학생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회원들의 참여와 성원으로, 4박5일간 《전쟁과 평화 역사기행》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세대를 넘어서 회원들 간의 소통과 단결을 강화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 각지에 소재한 전적지 기행을 통하여 이 땅에 대한 애착과 애국・애민 정신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