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한국고대사의 최고 공인역사서 <삼국사기 三國史記>
김부식 저, 김아라 역 <삼국사기 三國史記>를 읽고/ 2012. 8., 297쪽, 돌베개
이장수
공부모임 참가자가 추천했는데, 작년 후반부터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한 한국고대사와 관련되어 있어 드디어 읽게 되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공인’된 역사서다. ‘공인’이라는 의미는 주류학계와 관련 정부부처에서 인정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주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다른 ‘역사서’들 역시 존재한다.(마치 기독교의 성경이 서기 90년과 397년에 종교회의에서 공인되었고, 당시 성경 이외의 다른 경전은 배척받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나할까.)
고려 인종 23년(1145년), 왕명을 받고 김부식과 일군의 학자들에 의해 완성(편찬에 참여한 편수관(編修官)은 총 11명으로 감수국사 김부식이 책임자)된 <삼국사기>는 삼국시대라고 불리는 천 년의 역사를 담았고, 그 이후 현재까지 천 년 동안 전하고 읽히고 있다.
신라·고구려·백제 삼국의 정치적 흥망 변천을 주로 기술한 정사체(正史體)의 역사서인 셈이다.
고대사 연구자들 중에는 “고려는 유교적인 역사 서술 체계를 바탕으로 초기부터 실록을 편찬했으나 거란의 침입으로 모두 불탔다”며 <삼국사기> 편찬의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일부는 김부식이 “묘청의 난을 진압한 후 분열된 민심을 수습하고 국왕 중심의 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려고 한 인물로 평가한다.
<삼국사기>는 〈본기(本紀)〉, 〈연표(年表)〉, 〈지(志)〉, 〈열전(列傳)〉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28권, 3권, 9권 그리고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이 워낙 방대한 데다가 공부모임 참석자들이 <삼국사기>를 처음 읽는 것이라 요약본이라 할 수 있는 돌베개 출판사의 번역본을 교재로 정한 것이다. <삼국사기>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시작으로 여러 권의 번역본과 해석본을 읽어야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삼국사기> 중에서 의미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삼국의 이야기들을 뽑아 일곱 장으로 나누어 재구성해보았다. 제왕과 명신의 기록이 대부분이지만, 아주 드물게 모습을 보이는 일반 백성들의 모습을 이 책의 일곱 번 째 장에서 모아보았다.”(출판사)
<삼국사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온달전’ ‘화왕계’ ‘소년 관창’ 등 동화책으로, 드라마로 접한 많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한국사 고전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삼국사기> 중에서 의미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삼국의 이야기들을 뽑아 쉬운 한글로 번역했다.
<삼국사기>에는 삼국의 시조와 건국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건국 이야기는, 천신(天神)과 수신(水神)이 결합해 세상의 시조를 낳았다는 오래된 부여 계통 시조 신화의 틀을 확장시킨 이야기이다. 그래서 천신의 아들 해모수와 수신의 딸 유화가 결합해 주몽을 낳았다고 했다. 여기에 영웅적 고난과 투쟁을 거쳐 고구려는 건국하고 동명성왕이 된다는 건국 영웅의 일대기가 결합되어있다.
고구려의 건국신화는 백제의 건국신화로도 연결된다. 백제의 시조는 비류와 온조로, 그들은 고구려의 동명성왕이 죽고 유리가 왕위를 계승하자 고구려를 떠나 남하했다. 그리고 각기 성읍국가를 세웠는데, 나중에 온조가 비류의 세력을 흡수하여 연맹왕국으로서의 백제를 일으켰다.
신라는 고구려·백제와는 다른 시조신화와 개국전설을 가지고 있다. 시조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난 인물로, 여러 촌락의 세력들이 모여 그를 왕으로 받들고 나라를 열기로 합의해 신라가 개국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라 건국 초창기는 그 외에도 여러 집단이 유입해 들어와서 여러 세력들이 연합해 나라를 형성했다. 나중에 유입된 집단은 세력을 키워 신라의
왕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래서 박씨계의 유리이사금을 이어 석씨계의 탈해이사금이 왕위를 이었고, 이후 박씨계와 석씨계가 한동안 서로 왕위를 이었다. 그 이후에 김알지를 시조로 하는 김씨계 집단이 세력을 키워나가 그 6대손인 미추왕대부터는 김씨가 왕위를 계승하였다.
이렇게 신라에는 박혁거세의 개국 이야기 외에도 국가형성 과정에 유입된 석탈해와 김알지에 관한 기원이 함께 전하고 있다.
고대사를 공부하다보니 <삼국사기>를 출간한 출판사와 번역한 역자에게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역자는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 특히 삼국을 창건한 시조들의 이야기를 신화로 규정한다. 그러나 인류의 신화는 아무런 근거 없이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신화가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이나 과거 각종 유물이나 서적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통해 신화의 이면을 해석하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다.
고조선이 단순히 ‘신화’가 아니라 ‘실제 존재했던 한민족의 역사’였다는 유물과 사료는 이미 숱하게 발굴되었다.
그래서 <삼국사기>의 주 편찬자인 김부식이 경주 출신 문벌 귀족으로서 유교 이념으로 지배 질서를 재정립하고 금나라와 온건한 대외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 점을 들어 <삼국사기>가 사대주의 경향을 지닌 신라 중심 역사서라는 데는 공감하는 학자들이 많다고 한다.
신채호는 <조선사 연구초>에서 김부식을 고려 중기의 사대주의적, 보수적 문벌로 평가했다.
물론 <삼국사기>가 삼국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 책을 읽고서 <삼국사기>가 얼마나 객관적이었는지, 공정했는지, 사대주의적 경향이 있는지 여부는 아직 감도 잡기 어렵다. 필자 스스로의 판단력을 갖추려면 <삼국사기>완역본뿐 아니라 <삼국사기> 이전과 이후의 공인, 비공인 국내 사료와 중국측 역사서 등을 어느 정도 공부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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