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때부터 시작된 인형극 “꼭두각시 놀이”

 

김지호

 

꼭두각시놀이는 여러 가지 인형을 만들어 무대에 등장시키고 사람이 조종하여 인형들이 내용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극작품을 연출하면서 노는 놀이다. 우리나라에서 꼭두각시놀이는 30여개 지방에서 해왔다. 그러므로 그 이름도 지방에 따라 각각 달랐다. 대표적으로 박첨지놀이, 홍동지놀이 등 무대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의 이름을 따서 불렀다.

 

꼭두각시놀이의 꼭두란 괴뢰라고도 하였는데 인형이란 말이며 각시는 새색시, 색시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꼭두각시놀이는 색시를 중심으로 한 인형놀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인형극에서 그 줄거리와 내용이 제대로 전하는 것은 꼭두각시놀이 또는 박첨지놀이, 홍동지놀이라고 하는 작품뿐이기 때문에 그 대표적인 이름인 꼭두각시놀이라는 말이 인형극의 대명사로 되었다. 

 

인형놀이는 고구려 때부터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꼭두각시놀이는 ‘괴뢰자희’라고도 하였는데 인형을 만들어 노는 것이었다. 당시의 꼭두각시놀이가 어떤 주제의 것인지 전하지는 않으나 그 놀이의 시원이 오래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인형놀이는 고려시대에도 계승되어 널리 진행하였다. 이규보의 시는 그러한 내용을 잘 보여준다.

 

고려시대에 인형놀이가 매우 성행하였다. 1163년에 어린아이들이 동서 두 패로 나뉘어서 각기 풀을 엮어 여자아이를 만들어 비단옷을 입히고 또 하녀 하나를 단장시켜 그 뒤를 따르게 하였다. 그리고 앞에 사방 한 발되는 탁자를 놓고서 금옥으로 장식하고 음식을 차려놓았다. 구경꾼이 가득 모여들었다. 두 패가 아름다움과 교묘함을 다투면서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웠다. 이렇게 대엿새 동안 하다가 끝내고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하였다.

 

이것을 통하여 당시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인형극을 하면서 재미있게 지낸 것을 잘 알 수 있다. 거기에는 인형과 함께 탁자, 식기, 음식과 같은 소도구도 배치하여 높은 수준으로 공연한 내용도 반영되어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지고 전해온 인형놀이는 이와 같이 고려시대에 높이 발전하였는데 그 주제내용은 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인형놀이는 막대기인형을 그대로 움직이거나 움직일 부분에 줄을 매고 그것으로 조종하는 형식을 결합하여 진행하였다. 인형은 적당한 크기의 나무로 얼굴과 몸통을 깎아 만들고 아랫부분은 손잡이가 되게 하며 옷을 입혀서 사람의 형상을 닮게 하였다. 대부분의 인형은 두 팔을 움직여서 몸동작을 나타내게 하였는데 관절부분은 철사못을 꿰어 연결시키고 관절부분 안쪽에 끈을 매어 속으로 잡아당기면 움직이게 하였다. 턱이 움직이는 인형에는 안에 고무줄과 끈을 매어 고무의 수축작용과 줄을 당기고 놓고 하는 힘을 이용하여 동작하게 하였다.

 

전해오는 인형극·꼭두각시놀이에 등장하는 인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박첨지, 꼭두각시, 홍동지(박첨지의 조카), 돌머리집(박첨지의 첩), 상좌(중), 홍백가(절반은 붉고 절반은 흰 얼굴을 가진 남자), 표생원(촌 양반), 묵대사(직급이 높은 중), 영노(아무 것이나 먹는 요귀), 귀팔이(백성), 평안감사, 작은 박첨지(박첨지의 동생), 박첨지의 손자(3명), 상주(감사의 아들), 동방삭이, 잡탈(마을남자 3명), 사령(3명), 상두군(12명), 이시미(뱀), 매, 꿩, 청노새(곡식을 축내는 새) 등이며 소도구로는 절, 부처, 상여, 명정, 만장, 영기, 방울, 부채, 지팡이 등 40여 가지가 있었다.

 

인형극은 몇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각 장들은 연결되지 않고 독립적 성격을 띤 것이었다. 인형극이 일정한 줄거리로 연결되지 못한 점은 있으나 그 주제사상은 착취자, 억압자, 위선자들에 대한 백성들의 숨김없는 비판과 증오의 감정을 그대로 반영한 철저히 민중적인 것이었다. 꼭두각시놀이는 흔히 장터마당이나 농촌마을의 넓은 공터에서 진행하곤 하였다. 보통 1m 높이의 탁상을 길게 놓고 그것을 천으로 덮어 가리고 그 뒤에 인형조종사들이 들어가 인형을 들어 탁상 위에 내보이면서 움직였다. 조종사들은 인형을 조종하면서 그에 맞게 대사도 엮었다. 꼭두각시놀이에서 조종사들은 인형의 조종사인 동시에 설화자이기도 하였다. 음악은 막 앞에 앉아있는 잽이꾼들에 의해 연주되었는데 그들은 움직이는 인형을 올려다보면서 하였다. 때로는 연주자들이 인형과 대화도 하였다.

인형극의 하나로서 만석중놀이가 있었다. 만석중놀이는 무대를 높이 마련하고 인형을 등장시켜 여러 가지 춤추는 동작을 보여주었다. 이 놀이는 고려시대부터 있었으며 근대에 와서도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다. 놀이에는 만석중, 노루, 사슴, 잉어, 용 등의 인형이 등장하였는데 조종사에 의해 쉴 새 없이 움직이거나 때로는 싸우기도 하였으나 일관된 이야기 줄거리는 없었다. 대화는 없고 음악연주만 있는 하나의 단편적인 무언의 인형극이었다. 만석중놀이는 박첨지놀이에 비하여 대사가 없는 인형극으로서의 그 면모를 다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인형극은 박첨지놀이(홍동지놀이)가 꼭두각시놀이의 기본으로 알려져 왔으며 이것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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