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시기의 철학사상

김지호

고조선에서는 원시사회에서 싹튼 철학적 생각과 원시 종교사상에 기초하여 고조선의 정치체제, 경제 및 문화발전에 따른 철학사상과 종교신앙이 발생하였다.

고조선에서는 신흥 노예주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소박한 유물론 사상, 변증법적 사상이 발생하였다. 세계가 신에 의하여 창조되고 관리된다고 본 종교적 견해를 반대하고 물질적인 기에 의하여 세계가 이루어지고 그 작용으로 변화한다고 본 것이다.

“하늘에 기가 있는데 그 모양이 달걀과 같다.”(위략)고 한 것은 세계가 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 소박한 유물론적 사상이다. 부여의 건국설화에 기가 내려와서 임신했다고 한 것은 사람의 생명까지도 기에 의하여 탄생된다고 본 것이다. 단군 신화도 그 신화적 껍데기를 벗기면 세계 만물의 기초가 하늘과 땅이며, 비, 바람, 구름 등 자연 현상이 인간의 생사운명과 절박한 관계를 가진다는 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또한, 고조선 철학사상에서는 기에는 음기(어두운 기)와 양기(밝은 기)가 있어서 상호작용으로 하늘과 땅, 인간이 발생하였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소박한 변증법 사상이다. 단군 신화에서 곰과 환웅은 음과 양, 땅과 하늘을 대표하며 그 조화에 의하여 단군(인간)이 생겨났다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유물론적, 변증법적 사상은 물론 직관적인 요소, 신화적, 자연발생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고대 우리 나라 철학의 기본조류를 이루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후 우리 나라 중세 유물론 사상발전의 기초로 되었다.

고조선에서는 신흥 노예주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선인 사상도 발생하였다.

선인 사상은 불로장생과 체력 배양, 도덕적 완성을 삶의 목적과 가치로 보는 인생관으로서 생겨났다.
선인 사상은 영생을 바라는 인간의 본성적 염원에 기초해 내세에서의 영생을 얘기하는 종교와는 달리 영약을 먹고 심신을 단련하며 수양을 쌓으면 현세에서도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사람의 운명과 길흉화복이 신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하는 종교적 세계관을 부정하는 무신론적 견해로서 당시의 의학, 약학 지식과 경험에 의한 사상이었다.

선인 사상은 신흥 노예주 계급이 불로장생하려는 요구와 심신을 단련하여 전쟁에 대비하려는 요구,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윤리적 요구 등을 자신의 계급적 이익에 맞게 합리화한 사상이었다.

단군 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의 정치 이념도 선인 사상의 한 표현이었다. 인간들에게 큰 이익을 주라고 한 홍익인간 사상에는 노예주 계급의 압박과 착취를 반대하고 민중들의 자주적 이념이 부분적으로 반영된 인도주의적 정신이 깔려 있다. 하지만 신흥 노예주 계급이 내세운 정치적 표방으로 당시 사회적 조건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었고 계급적 대립이 첨예화 됨에 따라 지배계급이 민중의 항거정신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사상적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물론 고조선에서는 지배 계급의 이익을 대표한 관념론 사상이 지배하였다. 하늘 숭배사상은 노예주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상으로서 군주는 하늘의 아들이며 하늘의 의사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라고 하면서 민중들에게 무조건적 순종을 설교하는 관념론 사상이었다. 고대 여러 나라들에서 국가적 행사로 거행된 영고, 무천, 소도 제천 행사들도 하늘 숭배사상을 퍼뜨리는데 이용되었던 것이다.